통영을 발음할 때, 혀는 안으로 쏙 들어갔다가 밑으로 가라앉는다. 통영은, 그러한 발음처럼, 여행객을 쏙 빨아들여 한려수도의 수려한 경관에 뉘인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의 끝으로 미끄러지듯 빠져나오면 짙푸른 통영의 바다가 보인다. ‘통영의 짙푸른 바다’가 아니라 ‘짙푸른 통영의 바다’인 까닭은, 통영이라는 도시 자체가 바다와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숙소는 일찌감치 한산호텔로 정했다. 지은 지 얼마 안 된 이 호텔은 쾌적하고 깨끗했다. 흰색 외관은 푸른 바다와 조화를 이루며 청량감을 더했다. 우리가 묶은 705호 콘도 역시 넓고 아늑했다. 창가에 비친 통영의 바다가 시야를 덮쳤다.
여객선 터미널과 걸어서 3분이 걸리지 않았다. 터미널에선 욕지도, 비진도, 매물도 등으로 떠나는 배가 출렁거렸다. 터미널엔 저마다 사연을 간직한 여행객이 쉼 없이 들락날락했고, 배는 푸근한 몸짓으로 여행객을 실었다.
통영에 도착한 다음날(8월2일), 비진도로 향했다. 비취빛 바다가 아름다운 이 섬의 해수욕장은 크기는 작았지만, 아담한 매력을 뽐내며 피서객을 끌어안았다. 모래사장 뒤편으로 소나무 숲이 울창해 따가운 햇볕을 피하는데 안성맞춤이었다. 내 아이들과 조카들을 데리고 해수욕을 하다가 살갗이 탔다.
둘째 날(8월3일), 매물도로 떠났다. 매물도 일출민박에 짐을 풀었다. 일출민박에서 바라보는 통영의 바다는 자연이라는 물감으로 빚어낸 명작이었다. 매물도 풍광은, 일출민박의 기준점에서 구도와 색감이 조화를 이뤘고, 시시각각 변하는 대자연의 흐름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신비로움마저 느끼게 했다. 민박집의 거실에서 밥을 먹으면 마치 바다 위에 떠서 식사를 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점심을 먹은 뒤 배를 타고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둘러봤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등대섬과 기괴한 암석이 한껏 자태를 뽐내는 소매물도는 하나의 장관을 이뤘다. 썰물 때 시간을 맞춰 등대섬에서 소매물도로 걸어갔다. 짧은 거리였지만, 양쪽에서 파도를 맞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비진도와 매물도, 등대섬을 오가는 일정 속에서 내 몸은 ‘풍화’됐다. 생전 본 적이 없는 아름다운 대자연의 자태가 시각을 황홀케했고, 염분을 충분히 머금은 바다내음은 후각을 마취시켰고, 파도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가 빚어내는 섬의 서라운드 음향은 청각을 매료시켰고, 도다리와 전어와 농어 등 각종 활어 회는 미각을 일깨웠으며, 햇빛과 바람은 촉각을 예민하게 했다. 통영의 바다 위에서 풍화된 내 몸은 2주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여전히 풍화작용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 여운이 아직까지 몸에서 감돌고 있다.